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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패션/House 예쁜집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고선예씨 집 구경 Romantic Shabby Chic Style

유행 감각이 살아 있지만 과장됨 없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고선예씨의 집은 바로 이런 느낌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섀비시크 가구와 컬러 감각이 조화된 그녀의 집에서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엿본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선 섀비시크 스타일이 단연 인기다. 낡고 바랜 듯한 느낌이 편안함을 더해주는 섀비시크 스타일은 화이트 앤티크풍의 가구를 중심으로 꾸며 화사하면서도 기품 있어 보인다. 때문에 인테리어 트렌드에 민감한 주부들은 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조언자를 찾아 나선다. 그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이가 바로 고선예씨(38)다.

인테리어 코디네이터인 그녀는 대학 졸업 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관련 일을 했는데, 그 일에도 물론 만족했지만 학창 시절부터 키워온 꿈을 잃지 않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녀가 유일하게 잘하는 일 그건 바로 그림을 그리는 거였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집 꾸미는 과정은 그녀의 취미이며 즐거운 놀이였다.

작은 화장대를 만드는 놀이, 나무 의자에 그림 그리는 놀이, 깨진 거울에 타일을 붙여 새로운 거울로 탄생시키는 놀이, 작은 소품 하나를 들고 이리저리 놓아보다 제자리를 찾으면 그곳에서 뿜어지는 생명력을 느끼며 흐뭇해하는 놀이…. 그 놀이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 놀이가 결국 지금의 직업이 된 것.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에는 오랜 기다림을 견뎌야 했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커리어우먼으로서 맡아야 할 임무가 막중했기에 여느 주부들처럼 새로운 꿈에 대한 도전은 그저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있었기 때문. 그러던 중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 현실로 이뤄졌다.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게 이끈 사람은 바로 남편. 마케팅과 프로모션 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은 소리 내어 얘기한 적 없는 그녀의 꿈을 어느새 알아차리고 용기를 북돋워주었으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반자가 돼주었다. 덕분에 바라고 바라던 홈 인테리어 일을 시작, ‘트리샤’라는 리빙 브랜드를 오픈하고 쇼핑몰(www. trisha.co.kr)을 열게 됐다.


“예전에 화이트 가구는 더러움이 금세 타서 기피했지만, 지금은 개성 있으면서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담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요즘 주부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을 연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죠.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무엇을 디자인할 때 어떠한 컨셉트냐에 따라 표현은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규칙은 공간 색감과의 어울림이라 봅니다.

보여지는 색감이 공간의 성격을 말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요소 중에서도 주인공이라 할 수 있죠. 저 역시 컬러의 조화에 감동하고 환희를 느끼거든요.

대담한 컬러 매치로 인상적인 공간을 연출하는가 하면 화려한 컬러 패턴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아요. 이렇듯 컬러가 조화를 이룬 바탕 위에 섀비시크풍 화이트 가구를 놓는다면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은 그녀의 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연스러움이 넘치는 편안함 속에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공간. 이것은 그녀가 집을 꾸밀 때 주제로 삼은 것이다. 섀비시크 스타일의 화이트 워시 가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조금은 튀는 컬러나 꽃무늬와 같이 생명력이 있는 컬러 패턴의 벽지와 패브릭을 매치해 공간마다 색다른 느낌을 연출.

여기에 소품을 적절히 장식해 활력과 안정감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가을을 맞아 변화를 준 각각의 공간은 그 자체로도 멋스러워 하나하나 감탄하며 살펴보게 되지만, 직업은 속이지 못하는 듯 그녀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에 줄 변화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늘 무언가를 그리고 꾸미는 그녀 곁에 머물러서일까? 초등학교 5학년인 딸 현지 역시 그녀를 닮아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아주 좋아하며 동물 그림은 엄마보다 더 잘 그린다고.

장래 꿈이 엄마와 같은 디자인 분야와 관련된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걸 보면 모녀는 정말 많이 닮았다.




이런 딸을 위해 고선예씨가 세운 수많은 계획 중에는 현지와 함께 예술의 나라 유럽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빠짐없이 돌아보는 일이 포함돼 있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르느와르의 미소를 지으며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끼는 자신과 딸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그녀.


“전 지금도 모든 것에 놀라고 가슴 설렙니다. 지난달엔 피서로 다녀온 남해의 작은 포구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버려진 농기구와 고기잡이배에서 본 낡은 페인트의 색. 지극히 평범한 초록의 풀 속에 어우러진 낡은 페인트의 색은 강렬한 느낌으로 가슴에 와 닿았고, 언젠가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완성하리라 기대해봅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난 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을 통해 다양한 공간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느꼈다는 고선예씨.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만의 향기가 있는 편안한 집을 원한다는 공통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한다.


기교가 아닌 조화로 아늑함을 느끼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알아갈 수 있도록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뒷받침하는 충실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바람이다.

글 / 신경희 기자 사진 / 박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