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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패션/House 예쁜집

가수 박혜경의 Simple Antique House

가수 박혜경의 집이라는군요. 젊은 가수의 취향이라고는 하지만 무척이나 색다른 느낌이지요. 앤틱과 모던이 함께라고나 할까요...좋으네요.


얼마 전 6집 앨범 「아마란스」를 발표하고 바쁘게 활동 중인 가수 박혜경이 새집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감각 있고 손재주 많은 그녀가 직접 발 품 팔아 꾸며 더 매력적인 심플 앤티크 하우스로의 초대.


거실에는 일부러 테이블을 놓지 않았다. 소파 앞에 테이블을 놓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파 뒤에 소파 높이의 테이블을 놓아 그 역할을 하도록 하니 거실이 한결 넓어 보인다. 그녀의 가족인 공주, 아톰, 도토리와 함께 정다운 대화를 나누는 공간.

감춰져 있어 신비로운 공간
박혜경이 새로운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예쁜 집으로 소문나 여러 차례 매스컴을 통해 소개된 화려한 앤티크풍 옛집에 비해 새집의 첫 느낌은 너무 텅 빈 듯했다. 그러나 한동안 집안에 머물러 있다 보니 그녀가 이 집의 컨셉트로 잡은 ‘심플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 심플한 인테리어 하면 모던한 쪽을 생각하기 쉬운데, 그녀는 ‘앤티크’라는 소재로 심플한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의 작은 집 그리고 독특하고 깐깐한 그녀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다.


놀랍게도 그녀의 생활용품들은 밖으로 하나도 나와 있지 않았다. 자질구레한 물건들로 그녀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던 마음이 여지없이 무너지고(평소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차를 마시는지 하는 것들) 그저 여전히 신비로운 마음만 간직하고 돌아와야 했다. 바닥이나 테이블 위에 너저분하게 널려 있는 소품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집안이 얼마나 심플하고 고급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셈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
그녀의 집에는 아주 비싼 리얼 앤티크 가구가 있는가 하면 길에서 주워온 널빤지를 가구로 사용하는 의외의 공간도 있다. 그리고 유럽풍 앤티크, 한국식 앤티크, 티베트 같은 동남아시아 앤티크도 섞여 있다. 요즘은 점점 더 오리엔탈 앤티크 쪽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물론 서양식 앤티크도 화려하고 예쁘지만 그건 외국처럼 천장이 높고 넓은 집에 어울리는 가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오리엔탈 앤티크는 보면 볼수록 친근감이 들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더 애착이 간다.


그래서 이번 집의 컨셉트는 오리엔탈풍, 그것도 한국식 오리엔탈풍 공간이 많다. 침실이 그렇고 또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작업실이 그렇다. 땅과 가까운 것이 좋아 빌라 일층에 집을 얻은 것도 모자라 침대 대신 매트리스만을 놓고, 작업실은 테이블을 없애고 좌식 공간으로 꾸몄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브랜드에서 내놓은 벽지는 신비로운 패턴도 매력적이지만 색깔도 은은해 침실이나 오랜 시간을 보내는 작업실에 안성맞춤이라고.


1 한약재를 담는 수납장 두 개를 나란히 놓고 그 사이에 작은 미니 컴포넌트를 두었다. 작은 아이디어로 세상에 하나뿐인 공간이 탄생한 셈. 수납장 안에는 CD가 가득 들어 있다. 2 은은한 나비 패턴의 한지 느낌 벽지를 바른 침실에 있는 가구는 이것이 전부. 전에 살던 집에는 TV가 없었는데, 이번에 장만했다고. 레드 컬러의 낮은 TV장을 선택한 센스가 돋보인다. 3 주방 한켠에 그녀가 고른 이국적인 소품을 모아놓은 공간이 있다. 테이블로 쓴 나무판은 놀랍게도 주워온 것이라고.


집은 시간을 쏟은 만큼 애정이 담기는 것
집 꾸밈의 노하우를 물으니 다름 아닌 ‘부지런함’이란다. 발 품을 파는 시간에 비례해 더 마음에 들고 더 멋진 가구나 소품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집안 곳곳 놓인 소품은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모은 것이다. 그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치해 함께 어우러지게 만드느냐 하는 것 또한 자신이 사 모은 소품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을 때 가능한 일.


예전에는 외국 인테리어 잡지를 보며 데코 힌트를 얻었다. 그러다 언젠가 외국에 나갔다가 마음에 쏙 드는 호텔을 발견하고 그 후부터 세계 각국의 호텔 인테리어를 유심히 살피게 됐는데, 참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호텔 인테리어는 공간 활용이 매우 뛰어나고, 호텔마다 특색이 있었다. 특히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인테리어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실생활에 응용하기도 좋았다.


풍수지리학적인 것도 계산에 넣은 인테리어
다른 집과는 다르게 거실 소파를 벽에 붙여놓지 않은 것이 독특했는데, 그녀는 가구 배치를 조금만 다르게 해도 집이 유니크해 보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삿짐 아저씨가 가구를 이상하게 배치한다며 자꾸만 다르게 놓을 것을 권유하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고.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볼 때 현관에서 안방의 침대가 보이면 애정운이 달아난다는 말이 있는데, 현관 바로 앞에 콘솔과 소파가 가로막고 있어 애정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까지 생각한 것이다.


1 향 피우는 것을 좋아해 평소 집안에 향 냄새가 가득하다. 아로마 향이 정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받침대가 그윽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준다. 2 보통 포인트 벽지 하면 벽 한쪽 면만 바르는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차라리 문과 문 사이에 연결된 부분까지 더 넓게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 화려한 컬러 벽지는 수입 벽지로 이국적인 느낌의 2인용 식탁과 매우 잘 어울린다. 3 오리엔탈 풍 나비 패턴이 장식된 패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니 액자 못지않게 훌륭한 장식품이 됐다.


하늘이 내려준 목소리, 그리고 손재주


손으로 만드는 건 무엇이든 잘한다는 자화자찬이 결코 과장이 아닌 듯 했다. 꼼꼼히 살펴보니 집을 꾸미는 데 큰돈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집안 분위기는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닥과 문틀조차 그대로 두고 공간마다 그에 어울리는 벽지를 골라 도배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확 변신시켰고, 커튼 대신 창문에 시트지를 붙여 묘한 분위기의 빛을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도배는 인부들에게 들이는 품삯이 아까워 손수 했는데, 마음에 드는 컬러의 벽지를 구하지 못하면 벽지 위에 페인트를 칠하기도 했다. 주변 친구들과 동료 연예인이 자신의 집을 꾸며 달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솜씨는 정평이 나 있다.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하는 그녀는 이제 가수 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의 활동을 꿈꾸고 있다. 아직 준비하는 단계인데, 벌써 개조 의뢰를 받은 상태. 앨범을 낼 때마다 우리의 감성을 충족시켜주던 그녀. 하늘이 주신 목소리 외에 또 다른 재능인 손재주와 미적 감각 역시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1 마치 바다 속을 연상시키는 벽이 인상 깊다. 아직 미완성인 그녀의 작업실은 자연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좌식 스타일로 된 편안한 작업실을 만들려고 한다. 새장에 조화를 넣어 장식한 것도 그녀가 직접 만든 작품. 2 집안 곳곳에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싱그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비즈 발은 2박 3일 동안 시간을 내 만들었다고. 3 안방으로 들어가는 문 옆에 만든 싱그러운 조화 발. 꽃을 시들게 하느니 차라리 조화가 좋다고 말하는 그녀는 그래서인지 조화를 이용해 만든 작품이 수준급이다. 4 박혜경이 직접 만든 스탠드 갓. 평범한 스탠드 갓을 사다가 리본을 두르고 비즈를 달아 훌륭한 유럽풍 앤티크 스탠드 갓을 완성했다.


진행/강주일기자 사진/이주석